프랑스경제는 침체, 문화는 호황
프랑스경제는 침체, 문화는 호황
2013-03-05 17:44:07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유럽에서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기에 프랑
스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수는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2011년에 이룬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이러한 놀라운 현상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경제 침체에 따른 간접효과”라고 평가했다. 경기가 나빠져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멀리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대신 저렴한 여가활동이라도 해야 한다며 미술관이나 영화관 등을 찾게 되는 ‘대리만족의 효과라는 것이다. 오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스트레스로 지친 이러한 대중의 심리가 오히려 문화계에는 호황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관 관람객, 기록적인 증가율
루브르 박물관은 2011년과 대비해 1백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더 늘어났고, 퐁피두센터도 5.5%의 증가율을 보였다.
오르세 미술관 역시 1986년 개관이후 최고의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그랑팔레 미술관은 한 해 동안 1천 5백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러한 현상은 파리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다른 대도시의 미술관들도 놀라울 만큼 관람객 수의 증가율을 보
였는데 특히 몽펠리에, 툴루즈, 릴 등의 도시들은 2012년, 기록적인 방문객 숫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전 문화부 장관 장 자크 아이라공은 50년 전부터 꾸준히 실행해 온 문화정책과 교육정책의 결과라고 설명
하고 있지만, 그러나 사회학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경기 악화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
지 못해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미술관이 이끈다는 것이다.
미술관 호황의 배경에는 이와 더불어 미술관들의 적극적인 기획 전시들이 한몫했다.
일반인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다빈치, 라파엘로, 마티스, 호퍼, 달리, 드가 등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예술
가들의 상설전시가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또한 직장인들을 위한 녹턴(야간개장) 전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연 그랑팔레 미술관의 경우, 방문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맞추어 1주일에 4번 녹턴전시라는 획기적인
기획을 선보인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프랑스 미술계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료방문의 기회를 만 26세로 높인 것도
관객 증가율을 40%나 높여주고 미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데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
가는 사람들에게 미술전시를 통해 치유하고 미술관도 살아남는, 윈윈전략 성공의 결과물이다.
영화관도 푸른 신호등
반면 미술관과 함께 대중들이 쉽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영화관의 경우는 관객 수가 2011년에 비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영화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011년은 ‘앙투샤블르(Intouchables)’의 기록적인 관객 수(1천9백만 명) 때문에
관객 수가 다른 해 보다 높았던 것이지 근본적으로 경기침체에 따라 영화 애호가들이 등을 돌린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들이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1929년 대공항의 혼란 속에서도, 세계 2차 대전 당시에도 영화를 찾아 위로를 받고자하는
영화 애호가들이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가장 적은 예산으로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영화라
는 것이다. 이런 낙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영화산업은 올해엔 푸른 신호등이 켜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
들처럼 좋은 영화가 있다면 사람들은 언제든지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영화 관객 수는 미국의 경우 올 1월에만 26%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에도 최근작 중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등이 천만관객이라는 넘어섰고, 이에 뒤질새라 ‘베를린’, ‘레미제라블’ 등이 흥행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공연계는 빈익빈부익부 심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관이나 미술관에 비해 음악회 등 공연계는 어떨까? 전반적으로 볼 때, 관객의 숫자는 늘었지만 호
불호가 확실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클래식 음악회나 오페라 공연, 대중적 인기가 높은 가수의 대형 콘서트는 매진
사례로 웃지만 소극장들은 울상이다.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은 2012년에 전년대비 7.7% 상승률을 보였지만 소극장들은 점점 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이다. 파리의 3대 오페라관인 오페라 드 파리, 가르니에 팔레스, 바스티유 오페라 등은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친숙한
리골레토, 돈 지오바니, 카르멘 같은 전통 오페라 공연으로 100%의 좌석 점유율을 보였다. 문화소비계층인 여성관객 33%와
60대 노년층 31%가 꾸준히 음악회를 찾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마돈나, U2 등 대형콘서트는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매진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관객수가 늘었지만, 입장료가 저렴한 좌석이 21%의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고, 소규모 극장들은 여전히 어
려움에 시달리는 것을 볼 때 경제 불황의 간접효과가 아닌 경제 불황의 거센 파도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어쨌든 문화소비계층이 불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증가 양상을 보이는 것은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문화생활을 위
하여 기꺼이 그들의 주머니를 연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또한 이미 문화 혜택을 누린 프랑스의 68 세대들이(한국의 486세대) 어려운 시기에 버팀목이 되어 문화, 예술계에 큰 원동력
이 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들은 문화소비계층으로서, 특별한 문화생활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인 세대
이기 때문이다.
출처:한위클리 http://www.francezone.com/bbs/view.php?id=017&no=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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